작성일 : 19-10-09 10:24
위원회 면담
 글쓴이 : 김지수
조회 : 179  
혹시 당신에게 아주 어릴 적에 도둑맞은 예쁜 딸아이가 한 명 있다면?
그게 바로 저(=딸)라면!
저희 지금 소설 구상 중이에요. 어때요, 소설의 결말로 이게 적당한가요, 아닌가요?
소설의 긴장요소와 로맨스의… 본질을 정말 알고 싶어요.
그런 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에구 ㅜ.ㅜ
물론 가능성이야 많지만.
아마 저는 미국인이 아닌가 봐요. 미국에 살지만 본토박이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많잖아요.
아님 저는 고대 로마인의 직통 후손인지도 몰라요, 아님 바이킹(해적)의 딸래미든가, 아님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의 아이든가 그래서 원래 시베리아 감옥에서 지내는 게 더 어울렸을 아이인지도 몰라요, 아님 집시든가요… 아마도 제가 생각해도 전(저는) 집시일지도 몰라요. 방랑벽(여행벽)도 있고, 비록 그런 성향을 키울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이지.
제 고아원 기록부에 있던 오점(수치스러운 점) 하나 아세요… 제가 쿠키들을 훔쳤다고 체벌을 받고 고아원에서 도망친 거요?
이 얘길 듣고 어느 평의원(=이사) 분이 좋아라하시겠어요.
하지만 맹세코, 아빠, 아빠도 그리 생각하세요?
칼을 날카롭게 갈라며 배고픈 9살짜리 여자애를 식료품저장실에 넣어두면, 그럼 그 여자애 팔꿈치에 있던 쿠키가 담긴 항아리가 있는데, 어떻게 그 애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 자리를 뜰 수 있었겠어요.
그러다 아빠가 별안간 문을 열었을 때, 그 여자애의 입에 쿠키 부스러기가 묻어 있으리라 어찌 생각을 못하세요?
이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렇다고 그 자그마한 애의 팔을 낚아채 따귀를 때리고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벌을 서고 있게 하고 온 아이들에게 저 애는 도둑질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대면, 어찌 그 작은 애가 도망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세요?
6킬로미터는 무작정 달렸을 거예요.
그러다 붙잡혀 다시 끌려갔죠.
1주일 동안 매일 묶여 있었어요, 말 안 듣는 강아지마냥, 휴식 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노는 동안에도 전 뒤뜰 말뚝에 매어 있어야했어요.
오, 이런!
지금 막 ‘채플’(=예배) 종이 울렸어요.
채플 마치고 제가 위원회 면담이 잡혀 있거든요.
이번엔 엄청 재미난 얘기들로 편지를 쓸 작정이었는데 미안해요.

그래프게임
www.webvisio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