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9-20 21:42
상대적인 편안함
 글쓴이 : 이수환
조회 : 7  
그레고르가 회전을 마쳤다. 그레고르가 자기 방으로 똑바로 곧장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레고르는 대경실색했다. 놀랬다. 그와 방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도 먼 것에 대경실색했다. 아픈 몸으로 어떻게 이 먼 거리를 의식도 하지 않은 채 이동할 수 있었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레고르는 최대한 빨리 기어갔다. 기어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가족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서 어떠한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사실 그레고르는 가족이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레고르가 문 앞까지 도착했다. 가족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못이 너무 뻣뻣해져서 고개를 완전히 돌릴 수 없었다. 그래도 뒤쪽이 충분히 다 보였다. 그가 회전을 시작했을 때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앉아있던 여동생이 일어나 있었을 뿐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흘끗 쳐다본 것은 “이젠 완전히 잠에 빠진 어머니였다.”
그레고르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방문이 뒤에서부터 “꽝!”하고 닫히고 빗장(막대기)이 걸리고 열쇠가 돌아갔다. 그 갑작스런 소리가 그레고르를 놀라자빠지게 했다. 그의 수많은 작은 다리들이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렇게 황급히 돌진해 일을 해치운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여동생이었다.
그녀(여동생)는 일어나서 그레고르(벌레로 변해버린 친오빠)가 문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기회가 오자 가볍게 앞으로 튀어나왔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레고르는 여동생이 오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여동생이 자물쇠에 있는 열쇠를 “찰칵!”하고 돌렸다. 여동생이 부모님께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젠 됐어!”
“이젠 어쩌지?” 그레고르(주인공이름, 벌레로 변해버린 사나이)는 어둠속에서 주위(방안)를 둘러보며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곧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이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건 뭐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가냘픈 작은 다리들로 지금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닌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그는 또한 상대적인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온 몸이 쑤셔 온 것도 사실이지만 변신 후 그렇게도 줄곧 그를 휘감았던 그 원인모를 고통이 이제는 조금씩 약해져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그 고통도 사라질 테지요.
그의 등에 꽂혀있던 썩은 사과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감각이 없었습니다. 그 주위로 빨갛게 부어올랐었던 등 부위도 이젠 아무런 감각이 없었습니다. 그의 등은 이제 하얀 먼지로 온통 뒤덮여있었습니다.
지금 그는 온갖 감동과 온갖 사랑을 담아서 가족을 되돌아보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가 사라지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는 여동생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이 사라져버려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동생이 말한 것보다 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사라져버려야 했었다.”라고,
공허감이 느껴졌습니다. 뭐랄까요? 그는 평화롭게 묵상(생각에 잠김)에 잠겨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거리에 있는 시계탑에서 새벽 3시를 울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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