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9-10 10:24
모자의 무게
 글쓴이 : 박윤
조회 : 3  
언제나처럼 에스텔라가 문을 열어주었다. 에스텔라가 나타났을  때  조가 모자를 벗어 자신의 두 손으로 모자의 가장자리를 잡고서 모자의 무게를 재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당장 5g(그램)의 측정오차로 자신의 모자무게를 재어야 될 긴급한 용무가 그의 마음속에 막 생긴 것만 같았다.
에스텔라는 우리 둘 모두를 무시한 채 길을 안내했다. 나도 익히 아는 길이었다. 내가 에스텔라 뒤를 따라갔고 조가 우리 마지막에 따라 왔다. 긴 복도에 들어섰을 때 내가 조를 뒤돌아보았다. 조는 여전히 극도로 긴장한 채 양쪽 손으로 모자의 테두리를 잡은 채 무게를 재고 있 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성큼성큼 걸으면서 우리 뒤를 뒤 쫒고 있었다.
에스텔라가 말했다. 둘(주인공과 매형)이 함께 방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내가 조의 코트 끝동(소매)을 쥐고서 미스 해비샴의 앞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녀는 화장대에 앉아 있었고 우리가 들어가자 즉시 뒤돌아 보았다.
“아!” 그녀가 조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 애 누나의 남편이오?”
나는 상상도 한 적이 없었다. 내 친애하는 사랑인 ‘조’가 이렇게 그 자신의 실제모습과는 다른 사람으로 보일 줄은. 올려 세운 머리카락들이 새의 깃털 다발처럼 갈기가 나 있고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못한 채 서 있는 모습을. 마치 벌레 한 마리를 잡아먹고 싶다는 듯 입을 “아” 하고 벌린 채 주뼛주뼛 서 있는 어떤 특이한 형상을 한 새의 모습을 그가 우리 앞에서 보일 줄은 난 일찍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신이 이 애 누나의 남편이오?” 미스 해비샴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조(주인공 꼬마의 매형, 착하지만 많이 어리숙한 인물)는 미스 해비샴 대신에 나 에게만 말을 걸려고  고집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이다, 핍.”(핍은 주인공 꼬마이름) 조는 이제 설득력 있는 논증과 엄밀한 자기신뢰 그리고 과중한 정중함을 동시에  다 표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핍, 내가 네 누나와 결혼했을땐 말이다, 난 아직 네가 날 독신남이라고 부를 수 있을 때였지. 어쨌든 네가 그렇게 부를 의향이 있다면 말이다.”
“이거야 원!” 미스 해비샴이  말했다. “당신이 저  애를 도제(수습공)로 삼으려고 기른 것이 아니요. 그렇지 않나요, 가저리 씨?”
“왜 거 있잖아, 핍.” 조가 또 미스 해비샴 대신에 나를 보며 대답했다. “너와 난 언제나 친구였다는 걸 알지? 우리 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고. 왜 예전에 습지대에 있던 큰 바위에서 우리가 맺었던 약속을 말이다. 네가 도제가 되면 매주 이 바위에 와서 실컷 놀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핍, 네가 이 직업(수습공)에 반대의견을 내비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우린 앞으로도 영원히…, 그래 네가 검댕이나 숯 덩  어리 같은 것을 순순히만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핍,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핍. 네가 그런 유의 의견을 제시했더라면 말이다, 핍. 응, 내말 무슨  뜻인지  알지, 핍?”
“그럼 이 아이가  그동안 어떤 반대의견도 표명한 적이 없었단  말이오, 가저리 씨? 저 애가 그 직업(대장장이의 도제)을 좋아합디까?”
“핍, 그건 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문제야.” 조가 되받아쳤다. 그의 말투에는 이제 논증과 자기신뢰 그리고 정중함이 좀 전 보다 더욱더 확고해져가고 있었다. “그것이 네 자신의 심장이 바라던 바임이 틀림없다는 것을.”(7장 참조. 조가 아버지의 묘비에 새기려던 글. 어머니를 봉양해야 했음으로 결국 아버지의 묘비는 만들지 못함. 조가 생각했었던 묘지의 글은 다음과 같다. “1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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