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2-18 00:55
횟집호갱 안당하는법
 글쓴이 : 에민
조회 : 3  
소문만 무성, ‘횟집 호갱’

요즘 경북에 계신 부모님의 ‘가출’이 잦다. 울릉도, 거제도, 통영, 포항 심지어 외국까지 틈만 나면 여행이다.

그런데 유독 ‘제1 관광도시’ 부산은 안 오신다. 아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미덕인가.

“뭐 비싸기만 하고 먹을 것도 없더만.”

여쭤보니 과거 좋지 않은 ‘호갱 기억’ 때문이란다.

3년 전 부산 대표 회센터에서 6인분 해산물을 사서 드셨는데, 포항은커녕 고향 동네 횟집보다 못했단다. 나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잘 아는 횟집을 알려줬지만, 굳이 유명 어시장을 가야겠다던….

“맛은 잘 모르겠고, 누가 봐도 그 값의 양은 아니었지. 얼마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 하여튼 덤터기 썼다니까.”

부모님뿐 아니다. 10여 년간 부산에 살며 익히 들었던 부산 유명 회센터의 ‘호갱 썰’이다. 몰리는 타지 관광객에 ‘바가지’를 씌워 회를 판다는 소문이다.

중간에서 회를 몰래 덜어낸다느니, 바꿔치기한다느니, 저울을 조작했다느니….

인터넷에도 살벌한 경험담들이 올라온다. 부산 사람도 마찬가지. ‘슬호생’ 아이템 회의 때 한 선배가 “토박이는 거기 안 간다”며 당연한 듯 말했다.


■가격 전쟁


 ‘부산 악평’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생선 시세도 모르고 하는 소리겠거니.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호구생활 검증’ eop234.com 이 시급했다.

우선 가격 비교다. 3년 전 부모님이 다녀간 A회센터를 찾았다. 둘째가라면 억울한 부산 대표 주자다.

가게를 돌며 kg당 활어 시세를 물었다. 광어, 우럭, 가숭어(경상도 방언으론 밀치)가 2만 원이다. 수족관 위에 떡하니 시세 전광판이 붙어 있다. 수십 군데를 둘러봐도 똑같다.

회센터에서는 안 깎으면 호갱이라고 들었다. ‘깎’에 악센트를 주며 나름 최대한 걸죽한 사투리 시전.

“조금 더 깎아주면 안 됩니꺼?”

“얼마치 살건데예?”

적어도 5만 원은 넘겨야 가격 흥정이 가능했다. 정확하게, 깎는 건 안 되고 회를 더 얹어 준단다.

한 마리 더 잡는다는 건지, 어떻게 더 주는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개불이나 멍게 서비스. 괜히 3만 원어치로 떼쓰다가 “남는 것도 없다”며 혼만 났다.

A회센터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 B회센터도 kg당 가격이 같았다. 어디를 가든 똑같다더라. 역시나 ‘가격 덤핑’은 없나 보다.

■유명 vs 동네…‘복병’의 등장

‘뜬소문’에 고생했지만, 뿌듯했다. ‘가격 정찰제’가 안착했구나. 부산 토박이가 간다는 소규모 동네 횟집도 다르지 않으리.

그래도 동네 횟집 2곳을 더 가봤다. 이대로 끝나면, 기사에 쓸 내용도 별로 없다.

반전이다. 동네가 kg당 가격이 더 비싸다.

C횟집는 광어와 우럭이 2만 5000원, 밀치가 2만 3000원.

D횟집는 광어 2만 5000원, 우럭과 밀치가 2만 원이었다. 각 시장 안에서 가격은 다 엇비슷했다.

최소 5곳 점포 이상 돌아본 결과다. 분명 유명 회센터 대형 전광판에 나오는 시세와 달랐다.

앞서 뜬소문이 완전한 거짓 아닌가. 가격으로만 봤을 때, 오히려 유명 회센터를 추천해야 마땅했다. 유명 회센터가 싸게 파는 건지, 동네가 비싼 건지 도통 모르겠다. 혼란 속 C횟집 한 사장님의 결정타.

“유명 회센터나 여기나 다 (가격이) 똑같지. 거기 오르면 여기도 오르고 거기 내리면 여기도 내리고….” ‘멘붕’이다.

■반전의 반전

역시 ‘인생드라마’는 마지막이 ‘킬포인트’다. 가격은 확인했으니, 이제는 양이다. 비교를 위해 유명 회센터와 동네 횟집에서 각각 3만 원어치 회를 샀다. 우럭+밀치 조합이다.

사실 큰 의심은 없었다. 유명 회센터 상인들의 말이 너무 진심으로 들렸다.

“아이고, 요즘 그런 장난치면 10일 영업 정지 먹는데예.” “다음에 얼마나 더 사줄지도 모르는데 3만 원으로 장난치겠습니까.”

회를 써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며, 일부 소문을 인정하는 모습도 ‘쿨’했다. ‘회 문외한’인 나에게 “광어는 양식”이라고 솔직하게 샌즈카지노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반전의 반전. 유명 회센터에서 산 회의 양이 턱없이 적었다. 눈대중으로 봐도 1.5배 차이다. kg당 가격이 더 싼데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특히 우럭은 성인 손바닥만큼 밖에 없어 보였다.

서비스도 달랐다. 유명 회센터와 달리 동네 횟집은 쌈장, 마늘, 고추, 깻잎, 상추를 추가로 얹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