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14 04:56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글쓴이 : 진주꽃
조회 : 15  

사진.jp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아스날의 토트넘전 공격 전술에는 충분한 근거가 따랐다. 토트넘이 지난 경기들에서 보인 수비 문제를 공략하려 했으며, 한정된 자원 속에서 합리적인 조합을 구성했다. 이날 아스날의 벤치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은 부카요 사카 단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토트넘도 아스날의 공격 전술에 잘 대응했다. 수비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었다. 그간 활용했던 4-4-2 시스템을 꺼내 들며 늘 그랬듯 중원~후방 지역을 수비하는데 치중했다. 선수 구성 면에서도 큰 변수를 두지 않았다. 완전한 1군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하며 북런던 더비를 치뤘다.

차이는 토트넘의 기량 발전에 있었다. 토트넘은 보다 발전된 형태로 수비 시스템을 구성하여 아스날의 공격을 막아냈다. 약한 고리를 성공적으로 보완해낸 셈이다. 이날 토트넘은 승점 3점의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라인업.pn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아스날은 무엇을 공략하려 했나


1 아스날 백3 포지셔닝.pn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아스날의 좌우CB 포지셔닝

아스날은 공격시 3-2-5에 가까운 대형을 형성했다. 포메이션 그대로 양 윙백이 높게 전진하여 만들어진 형태였다. 토트넘은 4-4-2로 맞섰으며, 2톱이 미드필드 1/3 지점으로 내려서 수비를 시작했다.

토트넘의 2톱은 유기적으로 대처했다. 기본적으로는 상대 2MF를 수비하는데 치중했으나 상황에 따라 상대 3CB을 압박할 수도 있었다. 강팀을 상대로 한 일반적인 경기 양상과는 다르게 1선에서의 적절한 압박을 혼용한 것이다. 토트넘의 2톱은 두 가지 수비 형태를 혼용하며 아스날의 3CB이 3선의 2MF에게 볼을 전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아스날은 좌우CB을 통해 공격을 전개해야 했다. 관건은 좌우CB이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이뤄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최후방에서의 빠른 볼 순환을 통해 상대 2톱을 끌어내고 어느 한 명의 CB에게 공간을 열어줘야 했다. 아스날은 CB/루이즈를 필두로 패스의 속도를 살리며 이를 해냈다. RCB/무스타피LCB/콜라시나츠는 상대 2톱의 앞 라인에서 볼을 받아냈으며, 이 지점에서부터 빌드업을 주도해 나갔다. 이날 아스날의 주요 빌드업 루트는 RCB/무스타피였다.


2 토트넘 좌우CB 대응.pn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토트넘의 좌우CB 대응 형태와 결과

아스날의 좌우CB이 공격적인 포지셔닝을 이뤄냈을 경우 토트넘의 2톱은 매우 소극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LS/케인과 RS/손흥민은 전체적으로 중원~후방 수비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 그림과 같이 RCB/무스타피가 볼을 잡았다 가정해보자. 이 경우 LS/케인은 중앙에서부터 움직여 그를 수비했다. 이를 통해 무스타피가 중앙 2MF에게 바로 볼을 연결할 수 있는 루트를 차단할 수 있었으나, 케인이 적극적이지 않은 탓에 볼이 다음 앞선으로 전진됐을 경우에는 아스날이 언제든지 3선 2MF를 활용할 수 있었다. 볼에서 먼 쪽의 RS/손흥민은 1선에 머물며 최후방 라인을 수비했다.

LCB/콜라시나츠에게 볼이 연결됐을 경우에는 2톱이 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경우 케인 손흥민은 모두 상대 CB을 압박할 채비를 하며 콜라시나츠의 백 패스에 대응하려 했다. 토트넘 2톱의 이러한 반응 차이에는 분명 콜라시나츠의 실책으로 인한 득점의 여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날 아스날이 공격 단계에서 추구한 방향성은 크게 2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연계 과정에서 토트넘의 MF라인을 공략하는 것이다. 토트넘은 4-4-2 수비 시스템 아래서 MF라인이 공간 인지에 대해 매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경기와 같이 수비 보단 공격에 능한 윙스크 로 셀소가 중앙MF라인을 이루고 있을 때 말이다. 이들은 수비시 공간 인지와 역동성 면에서 매우 부족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토트넘이 라인 사이 지역으로의 볼 투입을 허용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둘째는 빌드업시 공격 1/3 지점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것이다. 볼과 전체 진영을 함께 전진시키기 위해서라면 1차적으로 볼을 전진시켜 상대 수비 진영을 가라앉혀야 한다.

아스날은 이 2가지 방향성을 추구하기 위해 3톱에게 연계에 매우 적극적으로 가담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아스날의 3톱은 분명 연계 보단 주력에 큰 강점을 보유한 선수들이다. ST/라카제트의 경우 아르테타 체제 아래서 연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긴 하지만, 분명 아직까진 주력에 보다 큰 강점을 보유한 자원이다.

이날 아스날의 3톱은 빌드업시 항상 상대 라인 사이 지역에서 볼을 받아내려 했으며, 상황에 따라서라면 토트넘의 MF라인 지역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아스날이 공격 1/3 지점으로 빠르게 볼을 전진시키려 한 이유로는 크게 2가지 요인으로 추측된다.


3아스날 의도1.pn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아스날이 공격 1/3 지점으로 진입했을 경우1 - 2MF의 위치 전진

소개했듯 토트넘의 2톱이 중원~후방 수비 단계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들은 1차적으로 상대 최후방 라인을 수비하는데 치중했으며, 아스날의 공격 템포가 늦춰졌을 때 2차적으로 내려오며 상대 2MF를 압박했다.

한편 아스날의 2MF는 이날 매우 공격적인 조합으로 구성됐다. RCM/세바요스와 3선에서 공격적인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이다. 전진 드리블 능력이 뛰어나며, 템포를 역동적으로 조절한다. 또한 매우 날카로운 전진 패스 역시 구사할 수 있는 미드필더다. 왼쪽의 LCM/쟈카는 전방으로 좋은 질의 볼을 제공할 수 있다. 세바요스 만큼 역동적이진 못하지만 한정된 템포 안에서 위협적인 공격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이러한 탓에 아스날은 어느 지역으로든 볼을 앞선으로 전진시켰을 경우 2MF를 위협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가령 RCB/무스타피가 공격 1/3 지점에 위치한 RB/베예린에게 볼을 건넸다고 가정해보자. 토트넘의 수비 진영은 순간적으로 가라앉게 되며, 세바요스 쟈카가 보다 높은 지점에서 공간을 얻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이들에게 볼을 전개한다면 세바요스-쟈카 라인이 토트넘의 4x2 수비 블록을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구도에서 수비팀은 상대 2MF를 수비하기가 매우 난처하다. 2MF를 압박하러 나서자니 라인 사이 지역에 상대 3명의 선수가 위치하고 있고, 밑으로 내려서자니 2MF가 자유롭게 공격 전개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4아스날 의도2.pn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아스날이 공격 1/3 지점으로 진입했을 경우2 - (1) 3톱의 주력 활용

둘째는 단순히 3톱의 최대 강점인 빠른 주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듯 이날 아스날의 3톱을 이룬 오바메양라카제트, 그리고 페페는 모두 매우 빠른 발을 지닌 선수들이다.

아스날이 이 3톱의 주력을 활용하는 패턴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측면 윙백 쪽으로 볼을 전개했을 때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하프 스페이스로 쇄도하는 것이다. 토트넘의 경우 4-4-2 대형을 형성한 탓에 수비시 넓이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스날이 터치라인 근처에 위치한 윙백 쪽으로 볼을 전개할 경우, 자연스레 하프 스페이스 쪽의 공간이 벌어지게 되며 아스날의 3톱이 빠른 발을 통해 이 지역을 파고들 수 있다.


5아스날 의도3.pn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
아스날이 공격 1/3 지점으로 진입했을 경우2 - (2) 측면 크로스시 컷백 공간 창출

둘째는 측면 크로스 찬스를 맞이했을 경우 박스 안에서 컷백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는 아스날이 지난 울버햄튼 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패턴이기도 하다. 단, 이는 아스날이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한 상황에만 한정된다.

아스날이 측면 크로스를 올리려 할 경우 3톱은 박스 안으로 빠르게 쇄도해 들어간다. 이때 토트넘의 CB은 아스날의 3톱을 상대로 속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과 선수를 모두 제어할 수 없으며, 뒷공간을 빠르게 커버하려 하는 탓에 컷백 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CB이 공간과 선수를 모두 제어하기 위해 상대 3톱의 움직임에 맞춰 따라간다면 뒷공간을 내주게 되버리고 만다. 전반 7분에 나온 LB/티어니의 크로스 상황이 그 대표적인 예다.

-토트넘의 수비 플랜은 무엇이었나

무리뉴는 이번 아스날전에서 큰 폭의 전술 변화를 준비하지 않았다. 서론에서 언급했듯 그간 해왔던 것을 그대로 준비해 왔다. 쉽게 말해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그대로 밀어붙여 아스날의 공격 전술에 대응한 것이다.

이번 경기 토트넘의 수비 시스템에 핵심적으로 작용한 것은 크게 2가지였다. 중앙 MF의 기량 발전과 측면 지역에서의 확고한 역할 분담이다.

전술을 언급하기에 앞서 토트넘 수비 시스템의 대전제는 이날 중앙MF 조합을 이룬 로 셀소 윙크스가 수비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들은 공간 인지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으며, 측면MF와 계속 호흡하며 아스날이 라인 사이 지역의 3톱에게 볼을 전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6 토트넘 P2 대응.png [토트넘-아스날] 아스날을 침묵시킨 토트넘의 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