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23 01:39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글쓴이 : 진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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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pg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분명 토트넘의 경기력이 향상된듯 보였다. 전반전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토트넘이 뉴 화이트 레인서 맨유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후반 80분까지 1-0 리드를 이어갔으나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페널티 킥 실점을 내주며 1-1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토트넘의 경기력은 하프타임을 기점으로 변화했다. 전반전까지만 하더라도 탄탄한 수비 시스템 아래 맨유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듯 했으나 후반전 들어 완전히 일방적인 경기 양상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양 팀의 전후반 슈팅 지표다. 전반전 토트넘은 맨유와의 슈팅 지표에서 6:4 우위를 기록했으나, 후반전엔 그 수치가 4:8로 역전되고 말았다. 맨유는 후반전에 때린 2번의 유효 슈팅을 완전한 빅 찬스로 연결하며 토트넘의 골문을 위협했다. (마샬의 슈팅과 페르난데스의 페널티 킥)


라인업.jpg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토트넘의 수비 시스템


1기본 전형.png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맨유의 공격 형태와 토트넘의 수비 시작 지점

맨유는 공-수 양 단계에서 백3와 백4를 혼용했다. 수비시에는 늘 그랬듯 백4를 기반으로 한 4-2-3-1 대형을 형성하며 1선에서의 강도 높은 압박을 강조했지만, 공격시엔 백3로 전환하며 3-4-3 대형을 형성했다. LB/쇼가 윗선으로 전진하고, RS/제임스가 측면으로 빠져 형성된 대형이었다. 3톱은 기본적으로 상대 라인 사이 지역을 점유했으나 CAM/페르난데스가 2선을 유기적으로 오갔다. 대형적으로 보자면 3-4-3과 3-4-1-2를 혼용한 것이다.

토트넘은 수비시 4-4-2 대형을 형성했다. 무리뉴가 토트넘에 부임한 이래 가장 자주 활용한 수비 대형이다. 리그 휴식기 전 토트넘은 4-4-2 수비 시스템에서 많은 문제를 보였다. MF라인은 헐거웠으며, 2톱은 수비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CB 역시 자신의 앞에 펼쳐진 라인 사이 지역을 커버하는데 큰 문제를 보였다. 토트넘은 이번 맨유전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해내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좋은 수비 형태를 보였다.

토트넘은 늘 그랬듯 하프라인 부근에서 수비를 시작했다. 종/횡적으로 타이트한 간격을 형성했으며, 내려선 2톱은 상대 2MF를 타이트하게 수비했다. 이날 토트넘의 2톱은 수비시 확실한 목적 의식을 가진 채 수비를 시작했다. 이들은 항상 맨유의 2MF를 수비 범위 안에 두며 CB의 패스 옵션을 제한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2매과이어 제한.png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전반전 맨유의 공격 형태

전반전 맨유는 공격시 왼쪽 진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에 대한 의도로는 크게 2가지로 추측된다. 첫째는 LCB/매과이어RCB/비사카에 비해 전진 드리블과 빌드업 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토트넘의 2톱은 상대 2MF를 수비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맨유 좌우CB의 앞에 많은 공간이 펼쳐졌다. 그리고 둘째는 1선의 LS/래쉬포드RS/마샬이 오른쪽 보단 왼쪽 진영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날 래쉬포드는 맨유의 왼쪽 공격시 상황에 따라 측면으로 넓게 벌려 볼을 받기도 했다.

맨유는 LCB/매과이어의 적극적인 전진 드리블을 활용하여 왼쪽 공격을 전개했다. 매과이어는 앞에 공간이 펼쳐진다면 바로 볼을 치고 나왔으며, 이에 따라 주로 미드필드 1/3 지역에서 많은 공격을 전개했다.

토트넘은 매과이어의 공격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볼을 소유하고 있는 매과이어는 프리로 방치하며 주변 패스 옵션을 제한하는데 치중했다. 우선 RS/케인 LCM/프레드를 닫았다.앞서 소개했듯 케인은 수비시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임했으며, 이는 토트넘이 코로나 휴식기를 통해 가장 크게 발전한 점 중 하나다. 한편 RM/베르바인은 측면으로 내려서 LB/쇼를 수비했으며, RB/오리에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LS/래쉬포드를 마크했다. 토트넘이 매과이어 주변에 위치한 3명의 선수를 모두 수비하며 패스 옵션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볼을 소유하고 있는 매과이어는 RCM/시소코가 빠르지 않는 속도로 접근하며 시/공간을 서서히 제한했다.


3왼쪽 옵션.png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맨유의 왼쪽 공격 옵션

이러한 토트넘의 수비 시스템에 대응하여 맨유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단순히 LS/래쉬포드의 개인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래쉬포드는 종종 측면으로 넓게 벌려 볼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경우에도 RB/오리에의 마크를 받게 됐으나, 개인 능력의 비중이 높아지는 구도를 만들 수 있었다. 맨유는 토트넘과의 지난 리그 1차전에서 래쉬포드와 그린우드의 개인 능력을 통해 오리에 쪽을 공략하기도 했다.

둘째는 CAM/브루노의 순간적인 2선 이동을 통해 플레이 메이킹을 전개하는 것이다. CAM/브루노는 이날 이전 경기들에 비해 상대 라인 사이 지역에 머무르는 빈도가 높았다. 맨유의 최후방 선수들이 빌드업을 주도하며 직접 윗선으로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브루노는 1선 보단 2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나, 1선에 오래 머물러있을 경우 보다 많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내려와 1-2선 사이의 공간을 점유하고 이곳에서 그의 최대 강점인 원터치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균열시키는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브루노의 플레이에 역동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맨유가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경우 RS/마샬이나 RB/제임스가 1선에서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전개가 가능했다. 왼쪽에서는 플레이 메이킹을 전개하고, 오른쪽에서 스피드를 통해 공격의 마무리 작업을 짓는 것이다. RB/제임스는 맨유의 왼쪽 공격시 중앙으로 좁혀와 LB/데이비스를 상대했다.

맨유는 이러한 2가지 변수를 통해 토트넘의 오른쪽 수비 진영을 공략하려 했으나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RB/오리에LS/래쉬포드와의 1v1 구도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으며, CAM/브루노의 변수는 토트넘의 견고한 중앙 블록을 통해 대처했다. 기본적으로 2톱이 상대 2MF를 확고히 잡아낸 탓에 토트넘의 1-2선 간격이 좁았으며, 맨유의 왼쪽 공격시 CAM/브루노의 대처는 수비력 좋은 RCM/시소코가 맡게 됐다.


4 제임스 압박.png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토트넘의 주요 볼 탈취 지점 - RB/제임스

맨유의 공격 시스템에 따라, 이들의 3톱은 주로 왼쪽 진영에 치우치게 됐다. LS/래쉬포드는 상황에 따라 측면으로 벌리고 CAM/브루노가 1선과 2선을 오감에 따라, RS/마샬이 자연스레 중앙을 점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맨유는 오른쪽 전환시 전방에서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됐다.

맨유가 오른쪽의 RCB/비사카 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면 토트넘은 이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LS/라멜라 RCM/맥토미니 쪽을 닫으며 RCB/비사카를 수비했다. 전체적으로 대각 방향을 수비하며 RCB/비사카가 중앙 쪽으로 볼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사카의 패스 옵션은 자연스레 RB/제임스 쪽이 됐다.

맨유의 문제점은 여기서 발생했다. RB/제임스 LM/손흥민LB/데이비스를 상대로 2v1 열세를 점하는 경우가 잦았다. RS/마샬이 중앙에 위치한 탓에 자연스레 LCB/다이어의 수비 범위 안에 들게 됐기 때문이다. LB/데이비스RB/제임스의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1차적으로 벌려 제임스와의 거리를 좁게 유지했으며, LM/손흥민RCB/비사카의 드리블에 반응하지 않고 지역을 지켰다. 이는 LS/라멜라가 비사카의 볼 소유에 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위치 선정이었다.

이후 맨유가 RB/제임스 쪽으로 볼을 전개한다면 LM/손흥민 LB/데이비스가 강한 압박을 가해 공격을 제한했다. 전반전 토트넘은 주로 이 지점에서 맨유의 공격을 끊어내며 공격 전환을 전개했다.

-토트넘 공격 전환의 성과 패


5 수-공 전환 라멜라.png [토트넘-맨유] 무리뉴의 수비 전술은 왜 무너졌나
토트넘이 공격 전환시 맞게 되는 첫 번째 패스 선택지 - 라멜라

토트넘이 공격 전환 단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LS/라멜라를 활용하는 것이다. LS/라멜라RS/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