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2-14 14:02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 같은 ‘북한군’ 레전드 탈북 사건
 글쓴이 : 진주꽃
조회 : 28  

“북한군에는 반생이(철사)가 있다.”


때는 배고픔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1986~7년도의 어느 날이었다. 북한 국가보위부로부터 중국 연변 자치주 변방대대에 긴급협조 요청이 들어왔다.

내용은 “두만강 연선에서 군무 중이던 조선인민군 경비부대 xx 중대의 정치지도원이 권총 2자루와

탄알 수백 발을 지니고 도강하여 중국 경내로 들어갔으니 시급히 체포해주기를 중국 변방부대에 요청한다.”였다.

연변 변방부대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당시는 북한인들의 탈북이 가물에 콩 나듯 거의 없을 때였고 같은 공산권 사회주의 형제 나라에서

군인이 당과 정부를 배신하고 총을 휴대하고 탈출한다는 자체가 크나큰 충격으로 안겨 온거다.

더욱이 무기를 휴대했고 총알까지 많이 휴대했다니 말이다.


거기에다 북한 측에서 수차나 거듭 강조한 건 탈북한 군관이 뛰어난 명사수로

사격 실력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거다.

당시 조선족 자치주 특성상 무장경찰 변방지대 대대장부터 산하 변방부대 지휘관들은

거의 모두 조선족 장교들이었고

전사(戰士)급 군인들은 대부분 내륙지방에서 군복무하러 온 18세 이상의 한족 청년들이었다.

이것이 90년대까지 쭉 이어져 오다가 변방지대 대대장이

남한과의 간첩 문제로 체포되어 총살당한 후 많이 바뀌었다.

(이 내막은 아는 사람만 알고 있고 남한에도 책임이 있고 언급을 꺼리는 줄 알기에 이쯤만 하자.)


그래서 조선족 변방부대 지휘관들이 군인들을 거느리고 변경을 이 잡듯이 뒤지고

요해 교통로를 모조리 차단했으나 몇 주가 지나도 탈북군관(장교)의 흔적조차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럼 두만강을 건너온 탈북장교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사실 군인 생활을 오래했고 반탐능력까지 갖추고 있던 장교는 국경에서

수십 리 떨어진 산속으로 들어가서 그냥 꼼짝하지 않고 잠입해 있은 거다.

국경 연선에 난리가 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시간이 흘러 그 기세가 꺾이기를 잠자코 기다린 거였다.


하지만 인간이 나비처럼 이슬만 먹고 살 수가 없고 북한군이 기르는 염소처럼 풀과 나뭇잎만 뜯어 먹고 살 수 없기에 몇 주가 지나자 탈북장교는 슬그머니 산속의 오솔길을 따라가다가 산속의 어느 인삼장 막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약초를 캐고 인삼밭을 지키는, 이가 몇 대 없는 한족 영감이 있었다.


아직 산 아래 일은 모르고 있지만, 영감은 눈치로 이 불청객이 그냥 보통사람이 아니고 왠지 느낌상 강 건너 조선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하지만 키도 크고 날파람 있게 생기고 또 눈매를 보아도 그렇게 호락호락 할 것 같지 않으니 절대 내색은 내지 못하고 찾아온 손님과 함께 십여 일간 밥을 해 먹은 것이었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니 쌀독은 날마다 내려가다가 결국 텅텅 비게 되었고 영감은 마을로 내려가 쌀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연변지역에선 토박이 한족들도 조선말로 옛말까지 구수하게 할 정도로 잘함.)


그 남정은 잠자코 있다가 그러라고 했고 말없이 마당에서 나무를 팼다.


이 한족 영감은 화룡시 임업국 원수림장에 가서 신고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화룡시 변방부대에서 이 정보를 입수하고 수 대의 군용찦차에 무장한 군인들 가득 싣고서 쏜살같이 달려와 그 영감을 대동하고 그 산속으로 쳐들어갔다.


물론 산막으로 거의 갈 무렵 차를 세우고 모두 걸어서 살금살금 산막으로 접근했고..


결론은 허탕이었다. 뭐 닭 쫓던 강아지 담장 쳐다보는 격이라고 해야 할지..


그후 알게 되었지만, 이 인민군 군관동무는 산 중턱에 앉아서 그 상황을 빤히 다 내려다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영감이 겁나서 집에서 한주 지나서 다시 산막으로 올라갔는데 그 손님이 다시 찾아왔고 손이야 발이야 빌자 군인은 며칠 기거하면서 또 쌀이 떨어질 때까지 있을듯 하다가 홀연 쌀을 좀 챙겨가지고 떠났다.


군인이 떠난지 몇 시간 후 변방대 군인들이 다시 들이닥쳤지만, 또 헛물을 켰고..


그리고 또 군인의 행적은 가뭇없이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 신출귀몰하기에 모두 잡을 수가 없었고 변방대 지휘관들은 탈북군인이

언녕 변경을 벗어내 내륙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이젠 그냥 형식 삼아 길에서만 차를 몰고 다니며 순찰하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원수림장(임산작업소)에서 신흥동이라는 마을로 넘어가는 곳에 커다란 산이 있는데 그곳으로 자동차 길이 나 있고 소골령 령대로 이름난 곳이 있었다.


강원도 대관령처럼 말이다.


변방대대 지프 몇 대가 소골령을 막 넘어서 관성으로 내리막길로 내려오고 있는데 홀연 키가 껑충한 농민 한 명이 저벅저벅 길가로 올라가는 것을 스쳐지나게 되었다.


그냥 평범한 연변지역의 농민의 허술한 옷차림에 무심한 듯 지나가는 그 모습에 그 누구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고 또 내리막의 특성상 급정거 할 수도 없고 그냥 내려가는데 조선족 지휘관이 눈을 깜빡이다가 문득 차를 세우라고 명령했다.


“방금 그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 농민이라 하기에는 뭔가 좀 느낌이 달랐고 이런 산속에 홀로 저렇게 걸어가는 게 이상하지 않냐? 차를 돌려 다시 가보자!”


급기야 찦차들이 좁은 길에서 차 머리를 돌려 다시 굽이굽이 산 오르막길을 전속력으로 올라가는데 한참 달려도 아까 그 농민이 보이지 않았다.


대뜸 느낌이 온 지휘관이 차에서 내려 군인들한테 길로 늘여서 산 중턱 길의 위쪽과 길 아래 방향에서 사람이 도망가는 인기척이 있나 들어보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총을 지닌 군인의 본능 상 도망가면 아래쪽보다 방어하기 좋은 위쪽으로 올라갔을 수 있으니 위쪽을 더 중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찦차에 설치한 무전기로 급히 화룡 시내와 각지의 변방부대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물론 이 행동과 소리들을 바로 얼마 위의 산 중턱 커다란 돌 뒤에 은신한 탈북장교는 다 보고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위치가 완전히 탄로나지 않은 시점에서 급히 뛰어 일어나 인기척을 내면서 도망갈 수가 없었다.


지프가 눈치를 차리고 급히 다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군관은 미처 그곳을 재빨리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잘 숨어 지내던 탈북군관의 실책이라면 현지의 농민들은 보통 산길을 넘기보다 오솔길을 이용하거나 달구지 경운기 등을 이용하고 그런 대낮에 이 산속의 소골령을 잘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탈북장교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약초 캐는 괭이나 비닐자루 하나 메고 다리를 걷어 올리고 온몸이 흠뻑 젖은채 걸어갔다면 의심을 덜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까지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이다.


거기에 내리막을 내려오는 찦차가 시동을 끄고 관성으로 급히 내려왔기에 뒤늦게 차를 보고 미처 피하지 못한 것도 의심받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변방대 군인들이 여기저기 동정을 살피고 수색하는 사이 주변 산 중턱을 살펴보던 지휘관이 전사(戰士)들에게 저 위에 있는 커다란 돌 뒤를 살펴보라고 명령을 했고 81식 자동보총(소총)을 쳐든 군인들이 풀과 듬성듬성 난 굵직한 나무들을 헤치며 한 발 한 발 그쪽으로 향해갔다.


군인들이 2~30m를 사이 두고 접근했을 때 문득 그 돌 뒤에서 우렁찬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 조금만 더 오면 총을 쏴 사살하겠다! ”


그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엎디었고 지휘관은 그 돌 뒤에 탈북군관이 숨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바람에 다른 곳을 뒤지고 있던 군인들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신속히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더욱 넓게 올라가면서 그곳을 포위해갔다.


탈북군관이 그만 멈추라고 재차 경고했으나 바로 앞의 군인들만 숨어서 총을 겨냥할 뿐 주변으로 포위하는 군인들은 계속 그곳을 향해 좁혀갔다.


자기의 경고가 더 이상 먹히지 않자 탈북장교는 결국 총을 발사했고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첫 방에 군용찦차의 후사경(백미러가)이 박살났다.


모두가 깜짝 놀랐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여기저기 은폐했다.


현장 지휘관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더 이상 총을 쏘지 말고 투항하라!”


“네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쏴서 죽이면 넌 살아남지 못할 것이니 그대로 투항하라.”


하지만 이미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고 탈북했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탈북군관이 그런 권고에 대뜸 총을 놓고 투항할 리는 만무하고 계속 그대로 대치하고 있었다.


지휘관이 계속 지원을 재촉하면서 군인들에게 포위망을 좁히라고 명령하는데 또 다시 총소리가 울리더니 이번엔 다른 쪽 후사경이 탕~ 하고 박살이 났다.


군인들은 첫 총알이 후사경을 부수자 그것이 우연히 맞은 거라 생각했지만 두 번째까지 정확히 후사경이 박살나자 탈북군인이 겨낭하고 쏘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겁한 표정이었다.


그건 그 군인이 몸을 은신한 돌덩이에서부터 길 아래 지프차 있는데까지 거리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소총도 아니고 권총으로 그 작은걸 면 바로 맞추었다는건 사격실력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


아무리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들이라지만 귀신같은 그 사격 솜씨에 감히 죽으려고 무작정 들어가는 병사가 없었다.


탈북군관이 이제 더 이상 양보는 없다고 명확히 경고했기 때문이다.


“ 더이상 들어오면 이번엔 사람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쏜다! 난 이미 죽을 각오를 했다.


나를 잡으려면 너희 여러 명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것이며 난 절대로 산채로 너들한테 잡히지 않을 거다.


당장 철수해서 내려가라!”


현장지휘관도 철수하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더 이상 무작정 밀고 올라가고 포위망을 좁히면 자기 수하들이 적잖게 사상자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자명한 일이라그 상태를 유지한 채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대치한 상태에서 회유하고 거절하고 경고하고 시간이 흐르는 사이 화룡시 변방지대 대대장과 무장경찰 군인들을 태운 차량들이 속속 도착했다.


대대장은 상황을 다 듣고 나서 지휘관들과 잠깐 토론을 하더니 잠깐 위쪽으로 올라가 그 탈북군관한테 소리쳤다.


“당신은 이미 겹겹이 포위되었으니 더 이상 저항하지 말고 총을 내려놓고 투항하라!


당신이 우리 군인 몇 사람을 죽인다고 해도 당신한테 그 무슨 이익이 있겠소?


하지만 총을 내려놓고 투항하면 우리는 당신을 좋게 처리할 수 있고 생명은 보존할 수 있지 않겠소?


그러니 총을 어서 내려놓소!”


그러자 잠시 침묵을 흐르다가 커다란 돌 뒤에서 탈북군관이 말했다.


“나도 당신들을 쏴죽일 생각이 없고 당신들과 총싸움하려고 여기 건너온 것이 아니오.


내가 내 나라에 있지 못하게 되어 국경을 넘었으니 내가 무사히 타국으로 빠져 나갈 수 있게 나를 그냥 놓아주시오.


내가 이 땅의 인명을 털끝만치도 해치지 않고 고스란히 몸만 빠져나가겠소.


산막의 영감도 나를 신고했지만 나는 그걸 알고도 그를 전혀 해코지하지 않았소.


그러니 나의 약속을 믿고 그냥 물러가면 나는 나대로 중국의 법을 조금도 어기지 않고 이 땅을 빠져나갈 것이요.“


그러자 대대장이 이렇게 말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당신 스스로 생각해봐도 뻔하지 않은가?


우리는 국가의 명을 받고 국경을 지키는 변방군인이요.


무기를 가지고 비법 월경한 군인을 포위했다가 그냥 아무 말 없이 풀어준다는것이 원칙에도 어긋나고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인 건 당신도 너무 잘 알지 않소?


반대로 중국인이 강을 건너갔다가 경비대에 포위당해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하면 당신들 입장에선 그냥 물러갈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당신의 생명을 걱정해서 총을 놓아라고 협상하는 것이지 끝까지 당신이 이렇게 나오면 수하에게 공격하라고 명을 할 수밖에 없소.


군인이 임무를 수행하다 죽을 수 있는 것은 응당 각오하고 있지 않겠소?


나는 지금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당신한테 총을 놓으라고 권고하는 거요.“


그러자 탈북군관도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총을 놓고 투항하면 당신들한테 잡혀서 두만강 너머로 압송될 터인테 내가 죽을 줄 빤히 알면서 순순히 내 손의 무기를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


하기에 당신들도 나 때문에 애매한 목숨 여러 명을 잃지 말고 나도 죽지 말고 서로 물러서자는 말이요.


정말 그대로 공격해오면 나도 기필코 반격할 것이며 적이도 6~7명은 나한테 죽을 각오를 해야 하오.


절대 헛소리가 아니오.“


그렇게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팽팽한 기 싸움과 권고가 계속 되었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변방대대 대대장이 지휘관들과 몇 번 쑥덕거리더니 다시 말했다.


“그럼 당신이 바라는 건 조선땅에 호송 당하지 않는것이 아닌가?


그럼 그건 내가 보증할 수 있소.


당신이 총을 내려놓고 스스로 투항하면 조선으로 보내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소!”



잠자코 침묵이 흐르다가 탈북군관이 반문하듯 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야 하오? 나를 정녕 믿게 하려면 당신들이 물러서면 그만 아니오?


나를 기어코 잡겠다고 하면서 조선으로 호송을 안 시킨다고 하면 내가 무엇을 근거로 그걸 믿을 수 있단 말이오?”


그러자 대대장이 말했다.


“ 당신한테는 지금 다른 선택이 없지 않은가? 우리 말을 믿고 총을 내려놓냐?


아니면 총을 들고 싸우다 죽느냐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당신 스스로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느 걸 선택하겠소?”


변방대 대대장의 말을 믿기가 어렵지만, 그게 아니면 다른 선택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선택이란 지금 바로 모든 걸 거절하고 끝까지 총을 들고 나 죽고 너희들도 죽자 그건데..


아무리 죽기를 각오했다지만 다른 희망이 보이는데 그걸 스스로 포기하고 너무 빤히 알리는 죽음을 바로 선택하기란 진짜 주저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약속이 진짜냐고 다시 한번 확인하자 대대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