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30 15:07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글쓴이 : 진주꽃
조회 : 23  

사진.jpg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맨시티에서 과르디올라가 보이는 폴스 나인 전술은 조건부로 이뤄진다. 대개 수비시 맨 마킹 성향이 뚜렷한 팀을 상대로 이뤄지며, 강팀을 상대로 할 때 맞춤 전술 용으로 가동하는 경우가 잦다. 과르디올라의 폴스 나인은 하나의 전술적 변칙 옵션인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스트라이커 자리에 일반적이지 않은 선수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폴스 나인 가동시 스털링, B.실바, 포덴 등의 선수들을 1선 중앙에 배치해왔다. 핵심은 1선에서 광범위하게 움직이며 상대 라인 사이 지역을 점하고 MF라인의 직접적인 패스 옵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과르디올라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보다 진화된 폴스 나인을 선보였다. 그 주인공은 포덴이였으며, 과르디올라는 포덴을 통해 데 브루잉에게 간접적으로 공간을 열어주려 했다.


선발 라인업.png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바란의 실책은 결코 우연이 아니였다.


1맨시티 1선 수비.png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맨시티의 1선 수비 형태

맨시티는 수비시 상대 GK 볼 소유 지점에서부터 시작했다. 4-3-3 대형을 형성했으며, 레알 마드리드 역시 4-3-3을 통해 빌드업을 전개했다. 이날 맨시티는 1선 수비시 뚜렷한 컨셉을 보였다. 상대 빌드업을 중앙에 가둬놓으며 1선으로의 연결 고리를 단절시키는 것이었다.

맨시티는 수비 시작시 ST/포덴이 내려가 CM/카세미루를 수비했다. 포덴은 3MF와 함께 호흡했으며, 맨시티의 좌우MF가 레알의 나머지 2MF를 1v1로 수비했다. 이에 따라 CM/로드리는 중원에서 지역 수비를 띠는 양상이 펼쳐졌다.

핵심은 1선에서 벌어지는 양 윙어의 수비 형태다. 맨시티의 윙어는 상대 CB을 압박하되, 움직임의 시발점을 측면으로 설정함으로써 RCB/바란, LCB/밀리탕이 윙백에게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게끔 했다. 만약 GK/쿠르트와가 볼을 소유할 때면 큰 압박 없이 상대 CB을 압박할 채비를 했다. 맨시티는 이러한 1선 수비 형태를 통해 2명의 숫자로 상대 4명의 빌드업 자원을 통제하려 한 것이다.


2맨시티 측면 대응.png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레알이 윙백에게 볼을 전개했을 경우

물론, 맨시티가 2명의 윙어를 통해 상대 백4 라인을 완벽하게 수비한 것은 아니였다. RB/카르바할LB/멘디는 이들에게 향할 수 있는 패스 옵션이 막혔을 뿐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레알은 맨시티 윙어의 압박이 좋지 못했을 때나 3MF에서 이뤄지는 빠른 템포의 빌드업을 통해 손쉽게 양 윙백에게 볼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했다.

레알이 윙백에게 볼을 건네는데 성공했을 경우 맨시티는 주로 좌우MF가 빠르게 측면으로 반응하여 이를 상대했다. 이는 기존에 맨시티가 중원에서 4v3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가령 RB/카르바할에게 볼이 연결됐다 가정해보자. 이 경우 LCM/귄도안이 빠르게 측면으로 빠져 나와 상대 윙백을 수비한다. 그의 역할은 상대 카르바할의 공격을 지연하는 것이다. LS/제주스는 그 틈에 빠르게 내려와 귄도안과 함께 카르바할을 수비해야 한다. 귄도안의 움직임에 따라, CM/로드리는 왼쪽으로 틀어 귄도안의 기존 마크맨인 RCM/모드리치를 수비한다.

맨시티는 이러한 수비 시스템을 통해 측면과 중앙에서의 밸런스를 가져갔다.


3레알 대응.png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레알의 맨시티 1선 수비 형태에 대한 대응

레알은 이러한 수비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중원 3MF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중앙의 CB이 볼을 소유할 경우, 레알의 3MF는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선점하고 중원에서 볼을 받아냈다. (로테이션 플레이) 이들은 항상 상대 MF의 1v1 압박을 받게 됐지만, 레알이 지속적으로 볼을 순환시키며 다른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벌어다줬다.

레알은 그 틈에 윙백을 1선으로 전진시키고 3톱을 중앙으로 밀집했다. 1선에 많은 숫자를 배치하며 간결한 플레이를 의도한 것이다. 자연스레 레알의 양 윙어가 하프 스페이스와 중앙을, 그리고 윙백이 측면을 점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레알의 윙백과 윙어는 경기 중 유동적으로 포지션 스위칭을 이뤄내기도 했다.

윙백의 전진이 이뤄져 1선에 5명의 선수를 배치했을 경우, 레알은 크게 3가지 패턴을 통해 공격을 전개했다.

첫째는 발 빠른 로드리고나 아자르, 또는 양 윙백을 통해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것이다. 주로 RS/호드리고LB/멘디가 주요 쇄도 선수였다. 둘째는 중앙으로 좁혀 라인 사이 지역을 점유한 양 윙어에게 볼을 건네는 것이다. 만약 레알의 3MF가 볼을 소유하는데 성공했을 경우 어렵지 않게 이를 해낼 수 있었다. 당연하듯 맨시티의 2MF+포덴이 1v1 압박에 반응하여 순간적으로 간격이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측면 윙백 자리의 선수에게 볼을 전달해 RB/워커-LB/칸셀루와 1v1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레알이 윙백과 윙어 간의 포지션 스위칭이 이뤄졌을 때 시도됐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맨시티의 이러한 1선 수비 형태는 매우 성공적이였다. 레알의 볼 점유권을 성공적으로 통제했을 뿐더러, 경기 시작 9분 만에 터뜨린 선제 골의 완벽한 전술적 배경이 되어줬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에서 바란의 볼을 탈취하려는 제주스의 움직임을 본다면, 그가 측면 윙백에게 볼을 전개하지 못하도록 움직인다는 확실한 의도를 찾아볼 수 있다.

-맨시티의 공격 포인트 (1): 에데르송의 킥 활용


4시티 GK빌드업1.png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맨시티의 GK/에데르송이 볼을 소유했을 경우, 이에 대응하는 레알의 수비 형태

한편 레알 역시 상대 GK/에데르송이 볼을 소유했을 때부터 수비를 시작했다. 이날 레알의 수비 컨셉은 뚜렷했다. 좌우MF와 ST/벤제마가 호흡하여 맨시티의 주요 후방 빌드업 자원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였다.

레알은 기본적으로 4-5-1 대형을 통해 수비를 진행했다. 당연하듯 기존의 4-3-3에서 파생된 형태였다. 레알은 좌우MF가 맨시티 후방 자원을 압박하기 위해 나설 경우 크게 2단계의 형태를 띠었다. 1단계는 4-4-2로의 전환이다. 이 경우 한 명의 좌우MF가 전진하여 ST/벤제마와 함께 1선에서 상대 선수를 압박했다. 이후 맨시티가 밑선으로 볼을 빼거나 빌드업 템포가 늦춰질 경우, 나머지 한 명의 좌우MF까지 모두 전진하여 다시 4-3-3과 같은 형태를 이뤘다. 1선에 좌우MF와 ST가 위치하여 세 선수 모두가 상대 후방 자원을 압박하는 형태다.

이날 맨시티는 레알의 이러한 4-3-3 전환을 의도적으로 유도한듯 보였다. 레알이 1선 수비 단계에서 변칙 4-3-3 대형을 형성할 경우, 맨시티는 GK/에데르송에게 볼을 건네 빌드업 형태를 구성했다. 이 경우 에데르송은 자유롭게 볼을 소유했으며, 레알은 모든 국면에서 1v1 구도를 형성했다.

우선 상대 GK 앞에 위치한 2CB과 CM/로드리는 1선 3톱이 1v1로 수비했다. 좌우MF의 전진에 따라 양 윙어는 밑선에 머무르게 됐으며, 이들은 하프 스페이스를 점하며 LCM/귄도안RCM/데 브루잉을 수비 범위 안에 뒀다. 그리고 양 윙백은 LB/칸셀루RB/워커를, 그리고 최후방의 2CB과 CM/카세미루는 맨시티의 3톱을 1v1로 수비했다.

단면적인 구도를 놓고보자면 레알의 아자르-호드리고에 대한 배치에 큰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중앙을 완벽하게 점유한 위치도 아닐 뿐더러,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매우 약한 선수들이 무려 데 브루잉과 귄도안을 1v1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자면 맨시티는 이 상황에서 데 브루잉과 귄도안에게 볼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볼을 소유한 에데르송 바로 앞에 놓여 있는 3명의 선수들이 1v1로 마킹 당했기 때문이다. 에데르송은 3선에 위치한 이들에게 바로 볼을 전개할 수단이 없다. 만약 에데르송이 정확한 중거리 패스를 통해 이들에게 볼을 연결하려 한다면, 곧 바로 레알의 3톱이 빠르게 밑선으로 내려와 이들을 압박할 것이다. 에데르송은 이 상황에서 3선으로 빠른 속도의 패스를 전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5시티 GK빌드업2.png [맨시티-레알] 펩의 폴스 나인은 진화한다.
GK/에데르송이 볼을 소유했을 경우 맨시티의 노림수

맨시티가 이러한 양상에서 집중적으로 공략한 부분은 1선의 스털링-제주스 쪽이였다.

레알이 모든 국면에서 1v1을 형성함에 따라 후방의 2CB과 CM/카세미루가 상대 3톱을 막아서게 됐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2가지다. 하나는 에데르송이 1선으로 매우 빠르고 정확한 킥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ST/포덴의 위치다.

맨시티는 이날 ST/포덴이 폴스 나인 롤을 수행함에 따라 골킥 상황에서도 1.5 선에 위치하게 됐다. 포덴은 자연스레 CM/카세미루의 수비 범위 안에 들게 됐으며, 에데르송의 볼 소유 상황에서도 카세미루를 밑선으로 끌고 내려가는 양상을 보였다.

카세미루가 포덴에 끌려감에 따라 레알의 최후방에는 1v1, 1v1 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스털링과 제주스가 매우 넓은 지역 속에서 상대 CB을 1v1로 상대하게 됐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격수와 수비수가 맞닿고 있는 지역은 공간이 넓으면 넓을수록 공격자에게 유리하다. 핵심은 이 지역으로 볼을 투입할 수 있는가이다. 맨시티는 에데르송의 정확하고 빠른 킥력을 통해 제주스, 스털링에게 볼을 전달했다. 이 경우 맨시티는 제주스-스털링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나, 에데르송의 킥을 통해 바로 레알의 뒷공간을 파고 드는 것이 가능했다.

-포덴의 폴스 나인은 데 브루잉을 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