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7 20:23
[초한지] 올챙이적을 잊어버린 혁명가
 글쓴이 : 진주꽃
조회 : 29  
1690452.jpg [초한지] 올챙이적을 잊어버린 혁명가

때는 진한 교체기...
수은을 불로장생 약이라고 쳐묵하던 진의 시황제 영정이가 죽어불고,
각지에서 진나라의 폭압에 항거하는 반란이 일어난다.
그 스타트를 끊은 사람들이 저기 위의 진승과 오광.

사자성어 중에 진승오광이라는 말이 저들에게서 나왔는데,
니가 진승오광이 되라 = 니가 스타트를 끊어 봐라
...는 의미가 되시겠다.

그만큼 저들은 진나라에 대항한 반란의 첫 스타트를 끊은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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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은 하남성 양성현 출신으로,
가난한 소작농으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흙수저였다.
안 그래도 진나라의 폭압과 높은 세금에 개고생을 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그는 꿈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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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나중에 출세하고 부귀해 지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잊지 말도록 하자."

이를 들은 친구들이 비웃으며 말하기를,
"야, 지금 입에 풀칠하는 신세인데 뭔 출세에 부귀영화를 말하고 있어?"
이때 진승이 반박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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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참새가 기러기의  뜻을 알겠는가."
(해석 - 마 니들같은 펨창은 나같은 될놈의 꿈을 모른다능.)

ㅈ나 시건방지고 중2병스러운 말이긴 한데, 
아무튼 배운것도 개뿔 없은 흙수저가 이정도 말을 할 정도면,
진승의 포부와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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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9년, 7월...
진승은 진나라 국방부(...)의 영장을 받고 어양으로 가게 되었다.
어양은 현재 베이징 남서쪽인데, 만리장성 경비를 위한 목적이었다.
지금 한국으로 치면 DMZ였고, 수시로 흉노애들이 머가리 따러 오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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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이라고 씹지 마라. 나도 흙수저는 너무 안 갈궜다고."

원래 진승과 같은 빈농들은 시황제 시절에는 불쌍하다고 노역이나 군역에 차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2대 황제 호해를 등에 업은 환관 조고의 악정으로 흙수저들 인생도 개파탄이 나고 만다.

아무튼 당시 진승이와 동행한 장정은 오광과 그밖에 기타등등 900여명...
ㅈ같은 간부군관새뀌의 갈굼으로 밤낮으로 행군하던 그들은 안휘성 대택향에 이르러 발이 묶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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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나서 물살이 쎈 나머지 강을 건널 수 없었던 거다.
진승오광 및 900여명은 그야 말로 ㅈ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당시 진나라 군법은 ㅈ나 빡세서, 기한내로 도착하지 못하면 참형이었으니까.
뭐 사정을 봐준다고 해도 제일 위험한 지역에 박히게 될 건 뻔했다.

당시 진승과 오광은 나름 똘똘하다고 분대장둔장을 맡고 있었는데,
아무도 ㅈ될 각은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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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함양(진나라 수도)으로 간다!"

기왕에 D질 거, ㅈ같은 진나라를 상대로 싸워보기로 한다.
다만 살짝 쫄보였던 이들은 근처 점술가를 찾아가서 잘될지 못될지 점을 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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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들은 천하에 큰 공을 세우게 될 팔자요. 근데 어째 둘 다 귀신 같구려."
(해석 - 너님들이 세상을 바꿀 것임. 하지만 주글거시다.)

이를 진승과 오광은 자신들이 귀신같이 반란에 성공해 진나라를 무너트릴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들은 사전에 어부들이 잡은 고기 속에 진승왕이라 적힌 비단 조각을 넣어두는가 하면,
야밤에 여우소리를 내며 초나라가 다시 일어날 거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900여 징집병들을 부추긴다.
이 과정에서 병사들에게 인기가 많은 오광이 군관에게 대들어 모질게 쳐맞자,
병사들의 반감과 분노는 커지게 된다.
이 상황에서 나선 진승이 군관의 머가리를 싹뚝 해버리곤 반란을 선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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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겠는가!"

이들은 부소와 항연의 뜻을 받았다는 명분을 내세워 반란을 일으켰다.
부소는 진시황에게 총애받은 첫째 아들, 원래 태자인데 조고에게 죽임을 당했고,
항연은 항우의 할아버지로 초나라의 유명한 명장이었다.
진나라 네임드와 초나라 네임드 둘 다 내세우다니 뭔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왜냐하면 킹덤 만화 봤으면 알겠지만, 진과 초는 ㅈ나 원수지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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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고 G랄이고, ㅈ같은 진나라 작살내 보자고."

제대로 훈련받지도,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900여명의 농민반란군은 
삽시간에 대택향을 점거하고, 이후 주변 5개 현을 장악했다.
이후로도 승승장구하며 농민반란군은 수천, 수만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당시 주력병종이던 전차만 700대에 이르렀으니 그 위세를 알만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이 순식간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걸까?
그건 당시 진나라의 폭정이 너무도 심했고, 불만을 가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에게 멸망당해 울분을 삭히고 있던 망국의 유신들도 대거 가담했다.

결국 진승의 군대는 과거 초나라 수도인 진성을 점령했고,
진승은 스스로 초왕에 올라 장초라는 국호를 짓는다.
그리고 같은 반란 동지인 오광에게 가왕으로 임명했다.
이렇게 이들은 승승장구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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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라고 진나라에는 아직 여력이 남아 있었고,
진승과 오광은 함양 진격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들이 토벌군에 연전연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진나라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이 틈에 항우를 비롯한 망국의 유신들은 저마다 세력을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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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두고 다툴 수 있었던 건 진승과 오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방은 훗날 진승을 후하게 평가하며, 
그의 묘를 돌보는데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후대 역사에 길이 남은 영웅호걸들에게 길을 내준 진승오광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로마에 대항해 노예반란을 일으켰던 스파르타쿠스, 크릭서스같이 장렬한 최후를 맞았을까?

먼저 오광은 농민군에 합류한 흉노족 출신의 장수 주문과 함께 함양으로 진군하다
진나라의 명장 장한을 맞아 박살이 나버렸고, 이와중에 주문은 자결을,
그리고 오광은 수하장수인 전장과 갈등 끝에 그에게 암살당했다.

진승 역시 장한의 토벌군에 패하고 쫓기다가 마부인 장가에게 암살당했다.
그런데 그가 몰락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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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이 왕이 되었다고? 우와, 그 새뀌 진짜 출세했네~"

진승이 왕이 되었다는 소문이 들리자, 그의 죽마고우가 진승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진승을 만날 수 없었다. 
백성들을 지지를 받아 왕이 된 진승이 백성들 앞에 자신의 왕궁을 꾹 닫아 걸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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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을 만나게 해 줘, 걔 진짜 내 친구라니까!"

문지기들은 '왕의 친구'라 주장하는 그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는 진승을 만나기 위해 왕궁 주변을 서성이다,
마침 마차를 타고 거동하던 진승의 행렬에 난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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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이게 누구야? ^^ 너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진승아, 니 진짜 출세했구나!"

진승은 처음엔 죽마고우를 매우 반기며 궁에 머물도록 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자신과 진승의 친밀감을 자랑할 마음에
진승의 소싯적 흑역사를 들먹이곤 했다.

"어찌 참새가 기러기의  뜻을 알겠는가."
...라는 이말도 따져보면 중2병이 충만한 시절의 발언이라 할만한데... 
아무튼 이러니 진승은 쪽팔리고,
진승의 신하들 중에도 왕의 위엄을 깎는 저 천한 농민을 처벌하라고 간청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렇게 간청하는 부하들은 과거 멸망한 나라의 관료들이었는데,
이들은 권위주의에 가득찬 인물들이었다.
흙수저 출신 왕 밑에서 일하는 건 어쩔 수 없다쳐도,
흙수저가 왕 친구라고 설치는 건 눈꼴셔서 못 봐주겠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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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진승은 자신의 부랄친구를 처형시켰다.
나중에 출세하면 서로 잊지 말자고 해놓고는 이런 식으로 통수친 거다.
당연히 이런 진승의 태도에 실망해서 떠나버린 이들이 많았고,
진승의 천하는 고작 반년도 안 되어서 끝났다.

더구나 진승은 마부인 장가에게 죽었는데,
당시 마부는 그야 말로 왕의 최측근이자 호위무사였다.